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폭력'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나요? 작년 12월 3일 충격적인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극우 세력의 법원 점거, 경찰이 시민들을 가두고 제압하는 장면까지. 국내 상황만이 아닙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가자 지구에서는 대규모 학살이 일어나고 있죠. 뉴스에서 어린이 수백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자괴감이 듭니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폭력이 가득한 세상에 살게 된 걸까요?
이런 시대에 평화주의는 허황된 이상으로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켄 율 쇠렌센의 책 『전쟁 없는 세상』은 정반대의 질문을 던집니다. "이런 시기에 어떻게 평화주의자가 아닐 수 있을까요?"
평화주의를 선택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마이켄 율 쇠렌센은 평화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평화운동가로, 현재 스웨덴 칼스타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그녀는 평화주의자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 인간의 생명 존중: 다른 사람을 죽이는 건 그 어떤 경우에도 잘못된 일입니다.
- 전쟁의 막대한 피해: 전쟁은 사회 기반시설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인권과 같이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들을 수호하기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 비폭력 투쟁의 효과성: 오늘날 우리에게는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싸우는 것에 관한 많은 지식이 있습니다. 이런 지식을 무시하는 것은 비합리적입니다.
처음 두 가지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 번째 이유는 의문이 들 수 있어요. 과연 '비폭력'으로 이길 수 있을까요?
비폭력 투쟁이 폭력보다 성공 확률이 두 배 높다
놀랍게도 연구 결과는 비폭력 투쟁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에리카 체노웨스와 마리아 J. 스티븐의 연구에 따르면, 1900년부터 2006년 사이 독재정권 전복, 분리 독립, 점령 세력에 맞선 323건의 캠페인을 분석한 결과, 비폭력 투쟁이 폭력 투쟁보다 성공할 확률이 거의 두 배나 높았습니다.
이는 비폭력 캠페인이 항상 성공하거나 폭력적인 투쟁이 항상 실패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매우 분명한 경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역사 속 비폭력 투쟁의 성공 사례
나치 점령 하의 노르웨이 저항운동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점령당했던 노르웨이에서는 나치화에 맞서 성직자, 교사, 학부모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했습니다. 699명의 주교와 사제 중 645명이 공무원직 사임을 선택했고, 노르웨이 교사 1만 4000명 중 90%가 나치당 가입 강요와 나치 선전 도입을 거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부 교사들은 고문과 강제노역을 당했지만, 대부분은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고 결국 나치가 교사들에게 강요하던 것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덴마크의 "2분 파업"
나치 점령 하의 덴마크에서는 "2분 파업"이라는 독특한 저항 방식이 있었습니다. 저항운동 세력이 선언한 단 2분간의 파업은 짧은 시간이었기에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은 행동이 나치에게 저항운동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현대 한국 사회의 비폭력 저항
책의 번역자인 최정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한국 사회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저항운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 공무원, 계엄군, 경호처 인원들의 항명, 태업, 의도적 외면
- 직장에서의 행동(파업, 태업)
- 소비자로서의 행동(보이콧, 선택적 구매)
- 유권자로서의 행동 또는 직접적인 개입(발언, 전단지 배포, 집회, 봉쇄, 점거 등)
이러한 비폭력 저항을 시작하면 "변화는 필연적으로 일어난다"고 그는 말합니다.
비폭력 저항이 강력한 이유
권력자의 힘이 거대해 보이고 억압의 구조가 견고해 보일 때, 우리는 종종 '더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전쟁이 끝난 후 독일 장교들은 "폭력적인 저항은 쉽게 진압할 수 있었지만 비폭력 저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비폭력 투쟁은 권력자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맞서 싸우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면 권력자는 이미 준비된 대응 방식을 활용할 수 있지만, 비폭력 저항은 그들의 논리와 틀을 벗어나기 때문에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결론: 전쟁 없는 세상을 향한 희망
폭력이 만연한 이 시대에 비폭력 투쟁은 단순한 이상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역사적 사례들이 증명하듯, 시민들의 조직적인 비폭력 저항은 폭력보다 더 효과적으로 부정의와 억압에 맞설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무기나 더 강한 폭력이 아니라, 비폭력 투쟁의 다양한 방법과 그 효과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실천일지도 모릅니다. 마이켄 율 쇠렌센의 『전쟁 없는 세상』은 우리에게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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